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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

아나스타 - 상극의 두 형제 -

by 열린공간 2018. 5. 14.

상극의 두 형제

 

두 청년은 똑 같은 키에 육상 선수 몸매였어. 서로 무척 닮은 외모였는데 머리카락과 눈의 색만 달랐어. 한 사람은 밝은 색의 머리카락에 파란 눈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눈도 까맣고 머리카락도 검었지.

두 청년은 얼마간 제자리에 머무르며 아나스타가 문득 나타난 자기들의 모습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듯 하였어. 그러곤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왔지.

-소녀야 안녕!

검은 머리가 소녀에게 말했어

-야 너 소녀, 어서 빨리 행동해야겠다. 얼음 덩어리를 멈추게 하고, 하느님의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 네 안에 있다고 너는 직감하였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너는 그 능력을 찾으려 하겠지. 내가 지금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람에 대해 알게 되겠지. 세상 지음에 대해 얼마든 얘기해주고 너의 어떤 질문에도 답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소녀야, 어서 행동하여라.

아나스타시아가 대답할 시간도 없이, 두 번째 청년이 말을 받았어.

- 안녕 아나스타, 너는 예쁘고 영민하구나. 지구란 위대한 행성 위의 다른 여러 가지 훌륭한 조물들처럼 너도 훌륭하구나. 내 브라더(형 또는 아우)는 세상지음에 대해 아는 게 많다. 하지만 난 네가 무엇보다도 너 자신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좋은 날 그리고 밝고 유쾌한 생각을 두 분께 바랄게요.

이제서야 아나스타는 젊은이들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어.

- 스톱.

검은 머리가 아나스타를 막았어.

- 늘 저렇다니까. 멍청하고 생각 없이 외워서 하는 저런 말은 듣기도 역겨워. 우리는 여기 둘이야. 나는 어두워. 나한테 밝은 생각을 바라는 건 대체 뭐야? 나는 어두워, 나의 생각도 어둡고 사납지. 나는 그래. 하느님의 신성한 프로그램에서 그게 나의 소명이야!

검은 머리는 점점 더 열이 올랐어.

- 내가 코나 흘리며 밝은 생각을 하고 돌아다니면, 그건 내가 아니야. 그러면 나의 존재도 없어지는 것이지. 소녀, 알아들어? 네 앞에는 뭔가 모자라는 밝은 얼간이만 남게 되는 거야. 우리는 둘이라고! 알아들어, 소녀? 너는 밝은 것만을 말해서는 안돼. 네가 한 말에 생각이 담겼었다면, 그 말이 외워서 나온 앵무새 소리가 아니었다면 네 생각을 거두거라.

- 나의 인사말이 두 분을 화나게 했다면, 인사말을 바꾸어서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할게요.

아나스타가 답했지.

- 그러면 좀 낫지. 그렇지 않으면 밝은 것들이…

- 당신들은 누구세요? 어느 가문 출신이죠? 난 당신들을 본 적이 없어요.

아나스타가 관심을 갖고 물었지.

-물론 못 봤지. 우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매 순간 사람이 하는 일에 우리는 나타난단다. 그렇고말고. 매 순간. 물론 나의 나타남이 더 많지. 거대한 것이거든. 거의 모든 인류가 한 재앙에서 다음 재앙까지 나의 에너지를 월등히 더 갖고 살지.

검은 청년이 급히 말했어.

- 그만 나의 검고 재주 많은 브라더.

밝은 머리가 끼어들었어

- 우리는 아직 자기 소개도 안 했어.

소녀를 보고 돌아서서는 계속 이어 말했어.

- 아나스또츠카.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 노력해 봐. 우리 두 형제는 삼라만상 에너지의 두 복합체인 것이야. 삼라만상의 한 없이 넓은 공간은 모두 에너지 존재들로 꽉 차 있어. 하느님이 사람을 지으실 때 각각의 존재로부터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취해서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하느님 내부에서 에너지들 균형을 잡은 후, 그것을 하느님이 지으신 사람한테 주셨어. 하느님 내부에서 균형 잡은 모두로부터 사람을 지으신 거야.

이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 모두는 알아차렸지. 온 우주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당연히 사람일 것이라고. 그로 인해서 사람은 이미 존재가 아닌 '사람'이라 부르는 거야. 그런데 사람의 힘이 무엇에 있는지, 그의 가능성은 어떤 것인지, 거기에 한계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리고 그것이, 그 힘이 있는 힘껏 다 발현될 것인지는 온 우주의 그 누구도 아직은 알지 못해. 우리, 우리의 부분적인 에너지는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우리도 알지 못해. 우리는 늘 보이지 않아. 우리는 자신으로 공간을 채워. 물에도 있고, 살아 있는 각각의 짐승, 지렁이에도 있어. 사람한테는 누구에게나 하나도 빼지 않고 우주의 에너지가 온전히 들어 있어.

-당신들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당신을 보고 있는데요?

아나스타가 놀랐어.

- 그래, 네가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공기를 엉겨 줄어들게 했기 때문이야. 네게 익숙한 사람의 몸 모양으로 응축한 거야. 예로, 하늘에 있는 구름, 그것도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축된 거잖아. 이러한 응축으로 인해 멋진 형태들이 만들어지지. 짐승을 닮은 것도 있고, 사람의 몸 또는 얼굴을 닮기도 해. 그리고 사람의 몸도 여러 면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물의 응축으로 만들어진 것이야. 사람의 몸의 응축의 의미, 상관관계는 오직 조물주만 아실 거야. 우리의 몸은 겉 모양만 사람의 몸을 닮았을 뿐이야. 검은 머리의 내 브라더는 모든 어두운 존재들을 대표하고, 나는 밝음을 대표해.

- 당신들은 왜 사람의 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지요?

아나스타가 물었어.

- 우리 목소리를 듣고 네가 놀라지 않게. 어디서 들리는 소리야? 하고 파악하느라 생각 에너지를 네가 소비하지 않도록 한 것이지.

밝은 머리가 답했어.

- 그럼 왜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나요?

- 자연 재해에 역행하여, 아니, 지구적 차원의 재앙에 역행하여 네가 갔으니까. 혼자 갔어. 그것을 막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였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 인류가 죽음의 길로 간다면 재앙이 하느님이 예비하신 프로그램이야. 과거에 그랬어. 그것도 여러 번. 우리도 네 노력에 관심을 두지 않았겠지. 그런데 네 꽃밭에 꽃나무가 꽃을 피웠을 때,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소스라치게 놀았어. 조물주의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미 죽었어야 할 꽃나무가 꽃을 피웠으니까. 죽지 않고 꽃을 피웠어.

- 맘모스가 찬 바람으로부터 꽃나무를 가려서 꽃이 핀 거에요.

- 맘모스는 네가 계획한 일련의 사건에서 하나의 고리일 뿐이야.

- 나는 아무것도 계획한 게 없는데요?

- 너의 생각이 세웠구나. 아나스또츠카.

- 그러면, 내 안에도 당신들의 입자들이 있나요?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생각에 잠긴 듯 아나스타가 물었어.

- 사람은 우리를 느끼지 못해. 사람이 자기 내부에서 우리 입자들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면 특히 더 하지. 균형을 이루면 제3의 에너지가 나타나, 그리고 이 제3의 에너지는 사람이란 우주의 존재에 유일한 것이야. 우리가 온전히 균형 상태에 이를 때 나타나고. 이 새 에너지는 전능해. 새 세상을 지을 수 있어. 그것이 모르는 비밀은 없어. 그런 사람은 우주를 호령하는 자, 짓는 자가 되는 거야. 그의 지음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어. 그것은 위대하고도 현묘한 것일 수 있어.

- 내가 얼음 덩어리를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을 보니. 당신의 입자들은 내 안에서 균형과는 거리가 먼가 봐요.

아나스타가 한숨을 쉬었어.

- 꽃은 피었지만, 우리 고향의 공간의 것 모두는 시들고 죽고 있어요.

- 아나스또츠카, 너는 하나로 가는 여정에 있어. 그건 일순에 이를 수도 아니면 수십만 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 그래서 우주의 에너지들이 열심히 너를 도우려고 할 거야. 그래야 사람의 위대한 비밀을 알아내고 그리고 이어서 자기들의 운명을 알 수 있을 터이니까.

- 상극의 합에 숨어 있는, 비상한 힘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워요. 그렇지만 당신들은 이 비상한 힘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왜 스스로는 합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하나요?

두 형제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아나스타의 고향 마을을 멀리 바라 보았어.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았지. 그 순간 설명할 낱말을 고르는 듯, 얼른 답을 하지 못했어. 소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지.

결국 밝은 머리가 답했어.

- 그건 불가능해. 우리 형제의 과제는 달라.

밝은 머리가 답했어.

- 각자 스스로의 프로그램이 있어. 오직 사람 안에서만 각자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이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작업을 할 수가 있고, 오직 사람에게만 유일한 새 에너지의 입자가 될 수 있는 거야.

- 상반된, 다른 일을 한다면서 어떻게 동시에 공통의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아나스타가 믿기지 않는 듯 관심을 드러냈어.

- 가능해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추월하면 돼. 아나스또츠카, 네가 걸을 때, 두 발 중 한발이 앞으로 나가면 다른 한 발은 뒤에 남자. 그 다음 뒤 떨어진 발이 앞으로 튀어 나가고. 두 발이 서로 시합을 하는 모양이야. 결국, 두 발이 생각에 복종하며 몸을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 그것도 예라고 들다니, 내가 우습다.

브라더의 말을 막고 검은 머리가 끼어들었어.

- 우리를 두 다리로 꼭 비교를 해야겠다면, 너는 짧은 다리고 나는 다리가 아주 길지. 내가 한 번 발을 내디디면 단박에 산을 넘지만 너는 움직이는 척만 하고 꼬물거릴 뿐이야. 나는 나의 프로그램을 이행하며 인류를 전지구적 대재앙으로 내몬 것만 벌써 다섯 번이야. 조물주의 생각으로 인류가 다시 부활하면, 인류가 장난질 못하게 내가 다시 대재앙으로 확!

- 그래 나의 브라더, 너는 재주가 좋아. 정말 그래. 온 지구의 생명을 총체적 재앙으로 내몬 것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 재앙들은 너에게 어떠한 발견이나 새로운 지식을 준 적이 없어. 내게 힘도 더해주지 않아. 그렇지만 사람한테는 늘 새로운 지식을 줘. 인류는 다시 태어나지.

- 그렇지만 우선은 모든 지식과 함께 고통 속에서 죽거든.

- 브라더, 우리는 조물주의 프로그램을 알 수 없어. 재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일순간 인류가 재앙을 막고 너와 내가 알지 못하는 열의로 인류의 생각이 환하게 빛을 발할지도 몰라.

- 너의 밝은 개꿈 같은 거는 싫증나. 나의 밝은 코흘리개 브라더. , 너 소녀, 저 애 말고 내 말을 들어.

검은 머리 청년이 아나스타를 돌아 보았어.

- 소녀 내가 너에게 나의 온 힘을 보여주겠다. 나의 밝은 브라더도 옳게 말한 부분이 있기는 있어. 사실, 사람의 생각이란 엄청난 에너지인 것이지. 나의 에너지와도 견줄만해. 저 애 것하고는 더더욱 그렇고. 사실, 이 에너지를 잘만 활용하면 사람 누구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전에 보지 못한 에너지 생각이 또 있지. 그건 바로 집단 생각이야. 개별적인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이 통일된 하나로 모일 때를 말하는 거야. 만일 온 인류의 생각이 하나로 합쳐져 온 인류의 생각이 된다면, 나와 나의 브라더는 그 앞에 서면 하루살이만도 못해.

집단의 생각이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나는 배웠지. 인류에게 다양한 철학적 세계관과 그림을 던져주는 게 바로 나야. 그 결과 한 무리의 수십억의 사람은 집단적으로 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무리는 다른 식으로 생각함으로써 첫 번째 무리를 부정하게 되지. 소녀, 나는 말이야. 우주의 온갖 검은 세력의 화신이야. 만약 네가 나와 손 잡으면, 우리는 초월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돼. 은밀한 계획이 있어, 네가 그 본질을 알게 되면 나를 돕게 될 거야

우리가 함께 모든 사람들을 우리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어. 우리는 사람들의 이성을 갖고 놀 거야. 내가 너를 인류의 정복자로 만들어 줄 테니 너는 내게 말해줄 게 있어.

- 나는 그런 계획이 마음에 안 들어.

아나스타가 답하고 덧붙였어.

- 나는 절대 그런 놀이는 하지 않을 거야.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너의 말을 듣지 을 거야.

- 하지 않는다고? 너 소녀. 너는 아직은 하고 싶은 대로 사람의 생각을 조정하는 이 놀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사람들이 나의 계획을 따르지 않을 것처럼 그리 쉽게 말하지 마라. 바퀴가 발명되었어. 아직은 조악하지. 얼마 후 사람들은 두 개의 나무 바퀴를 장대로 연결하겠지. 그게 바로 나의 계획이야. 나의 천재적인 프로그램이지.

- 그렇지만 바퀴가 뭐가 나빠? 다친 맘모스 단한테 먹이를 날라야 할 때, 바퀴 달린 수레가 도움이 되었어.

- 소녀, 다 좋아, 아주 아주 좋아. 이 바퀴는 점점 더 개선될 거야. 엄청난 수의 바퀴가 만들어질 거야. 자연스런 땅바닥에서 산을 오를 때, 구덩이가 있으면 풀이 키가 크면 바퀴를 굴리는 게 불편한 걸 사람들은 알게 되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엄청난 흙 바닥을 돌고 깔아서 바퀴가 불편함 없이 구르게 할 거야.

타고 다니는 사람의 수는 점점 더 늘 것이고, 신음을 하는 흙을 밝고 다닐 거야. 떠받들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차없이 눌러버릴 사람들도 있겠지.

너 소녀, 스스로에게 답해 보거라. 사람을 멸망에 이르게 하는 것보다 더 강한 힘이 무엇이겠느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의 위대함을 인정하시지!

아나스타는 생각에 잠겼지만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어. 다시 밝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지. 소녀의 소리 없는 질문에 밝은 머리가 답했어.

- 아나스또츠카, 나의 브라더가 침울한 그림을 네게 그려 보였어. 그게 브라더의 임무야. 임무를 성실히 이행할 뿐이야. 너의 시선에서는 “그렇담 너한테도 프로그램이 있는 거야?” 하는 질문을 읽을 수 있어. 있지. 나도 네가 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바래.

- 너의 프로그램이 원하는 건 무엇이지?

- 조물주의 위대한 지음, 사람을 이해해보는 것이지. 앞으로 있을 조물주의 위대한 행적을 이해하는 것이야.

- 그러면 지구에 아직 못다 지은 것이 있다는 말이야?

아나스타가 놀랐어.

- 실은 말이야. 아나스또츠카… 네 앞에 활짝 핀 예쁜 꽃이 보이지? 각각의 식물 혹은 동물은 모두 그 자체로 완벽해. 동시에 그것들 모두는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어. 조물주께서 조화롭고 아름다운 완벽한 지구 세상을 지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없다는 건 아니야. 더 완벽한 지음, 전대미문의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훌륭하고 완벽한 삶의 형태를 짓는데 쓰이는 반제품 정도로 조물주의 지음을 바라봐도 돼.

- 완벽 자체보다 더 완벽할 수 있는 건 누구지?

아나스타가 크게 놀았어.

- 그로부터 나온 것이지. 위대한 부모의 아들과 딸. 아나스타 네가 예야.

- 내가? 그렇지만 나는 이미 지어진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걸? 예로 나는 내 화단에 활짝 핀 꽃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지 않아. 완벽을 망치지 않으려면 절대 바꾸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새끼 고양이를 바꿀 이유가 뭔데? 맘모스 단을 어떻게 더 완벽하게 할 수가 있냐고? 단의 긴 코, 귀를 바꿀까? 어떻게 바꿀까? 뭣 하려고?

- 아나스토츠카 너는 맘모스 단을 바꾸어 놓았잖아!

- 아니야 나는 단을 바꾼 적 없어.

아나스타가 놀라며 부정했다.

- 그래 겉으로 보기에는 바꾸지 않았지. 그렇지만 너의 맘모스 단은 지금껏 지구에 살았던 다른 어떤 맘모스들보다 사람이 시키는 일을 훨씬 많이 알아듣고 행해. 게다가 시키는 일을 단이 이해하는 수준은 질적으로 달라. 외모 비슷한 다른 여럿의 맘모스와 단을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거야.

- 그래 이젠 알겠어. 단이 다른 모든 맘모스들보다 영리한 것 같아. 전에는 이런 생각을 왠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 그것 봐. 겉 모습이나 몸의 골격만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야. 내용과 소명이 더 중요하지. 단의 내용과 소명을 짓고 규정한 것은 바로 너야. 그래서 맘모스 단은 위대한 조물주께서 지은 다른 맘모스들과 외양은 차이가 없지만 무언가 달리 되었어. 이제 단은 조물주와 네가 함께 지은 작품이야. 누구의 것이 더 많은 지는 알 수 없지. 맘모스 단은 사람의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명령어를 더 많이 알아듣기도 하지만, 더 사려 깊고 헌신적이며 영민한 맘모스가 되었거든, 기억해 봐, 네가 언젠가 한 번은 아주 아주 키가 큰 나무 아래 마른 풀밭에서 잠이 들었었어. 눈을 떠보니 너를 가리고 맘모스 단이 꼼짝 않고 서 있었지. 너는 신경질을 부렸어. 맘모스한테서 뭔가 아주 좋지 않은 냄새가 났거든. 뭔가 이상한 것을 묻히고 이 나쁜 냄새로 너를 잠에서 깨우려고 일부러 온 것 같았지. 너는 일어서서 물에 젖은 풀밭을 밟으며 집으로 향했어. 그 전에 맘모스 단한테 퉁명스레 말했지

- 단 너는 항상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서 이제는 오라고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온다. 자 네 형제들이 있는 목초지로 가거라

- 너는 맨발로 젖은 풀밭을 걸어 가버렸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아나스또츠카, 풀이 젖었던 것 기억하지?

 

-

- 맘모스 단한테서 왜 그렇게 나쁜 냄새가 났는지 아니?

- 몰라

- 네가 잠들자 모진 비바람이 시작되었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번개가 주로 키 큰 나무를 때린다는 걸 알아. 네가 잠드는 걸 단이 보았고, 뇌우가 시작되자 걱정이 되어 무리에서 떨어져 네게 온 거야. 단은 너를 깨우는 대신, 네가 비를 맞지 않게 가리고 섰어.  네게 그늘을 주던 키 큰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지. 가지 하나에 불이 붙어서 떨어지기 시작했어. 맘모스 단이 긴 코로 떨어지는 가지를 쳐내지 않았다면 너를 덮쳤겠지. 다른 가지에도 불이 붙었어. 단이 그것도 쳐냈지만, 맘모스 머리의 털에 불이 붙어서 서서히 타기 시작했어. 거기서 안 좋은 냄새가 난 거야. 불이 붙은 곳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단은 잠이 든 너를 가리고 꼼짝 없이 서 있었던 거야. 귀찮게 군다고 단을 꾸짖고 네가 자리를 뜰 때도 단은 서운하지 않았어. 고통도 잊었어. 네가 다치지 않아서 크게 기뻐했지. 나중에, 덴 데를 치료하면서도 흐뭇하게 너에 대한 생각을 했어.

아나스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먼발치 서 있는 맘모스한테 뛰어갔어. 맘모스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지. 아나스타가 그의 긴 코 끝을 꼬옥 잡아서 토닥거렸어. 빰에 대고 입도 맞추었어. 맘모스는 얼어 붙었지. 소녀가 맘모스한테서 떨어져 다시 밝은 머리 청년한테 돌아왔지만 맘모스는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어.

- 난 이해했어.

아나스타가 밝은 머리한테 말했어.

- 맘모스 단은 새로 만들어진 거야.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인지 내가 좀 도움을 준 것인지 몰라. 단은 조물주가 그냥 지은 맘모스들하고는 달라. 그렇다면 새로 만드는, 그런 권리를 사람은 받은거야.

- 받았지

밝은 머리가 답했어.

- 자 이제는 어떤 프로그램에 맞추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거라

- 좋은 것에 맞추어야지.

- 밝혀서 선택해서 짓거라.

- 그 의미는, 지구 상의 모든 것을 지은 그가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야 할지 아무 것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야?

- 내 생각으로는 사람에게 폭 넓은 선택권을 부여하셨지. 하지만 그가 꿈꾸는 것은 하나일 거야

- 무슨 꿈?

- 대답은 오직 사람만이 찾을 수 있어.

- 그걸 어디서 찾아야 하지?

- 자기 안에서. 지구 상 위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상하고 계산하고 비교하면서

- 사람은 지구에 살지만 조물주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말이야?

-  생물적 발전 가능성에 대해 위대한 지식을 사람들은 받았지만, 사람들한테는 다양한 자유가 있어. 생물적인 가능성을 과학기술의 것으로 대체할 자유도 있지. 나무는 자라면서 생태적 리듬을 느끼고, 그에 맞추어 자신의 상태를 조율하고 주변 환경의 조건에 따르지. 사람이 이렇게 산 나무의 내적인, 심도 있는 가능성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죽은 나무의 외적인, 표피적인 가능성을 이용할 것인지 선택은 사람의 몫이야. 과기적 발전 방향에 들어선 사람들은 표면적인 가능성을 이용하는 거야. 나무로 이런 저런 도구를 만들고 연료 또는 건축자재로 활용하지.

사람들은 왠지 항상 과기 노선을 선택해. 그런데 그것은 피할 수 없이 대재앙에 이르는 길이거든 여러 번 그런 일이 일어났어. 지구적 차원의 재앙 모두는 사람의 생각으로 지어지는 거야. 생각이 있고 행위가 그 뒤를 따르니까

- 우리 가문이 고향을 등지게 한 얼음 덩어리는 사람 그 누구도 짓지 않았어

- 아나스또츠카, 너의 가문은 이미 과기의 길에 들어 섰단다. 생명의 프로그램에 따라, 얼음 덩어리가 가문을 덮쳐 죽게 할 것이다. 생명은 다시 부활할 거야. 사람의 이성에 대한 희망이 다시 생겨나겠지. 만일 누군가가 얼음 덩어리를 정지시킨다면, 이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너의 가문은 다시 과기 세상에 살 게 될 거야. 그러면 때는 이를 수도 좀 늦을 수도 있겠지만 과기의 길은 어쨌든 너의 가문을 대재앙으로 내몰 거야. 얼음 덩어리를 멈추는 방법을 찾은 사람, 그러니까 대재앙을 하나 예방한 사람은 다음의 것도 예방할 수도 있겠지. 대재앙이 다시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 선택이 그르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재앙을 예방할 수도 있어. 그런 개연성은 있는 게 사실이야. 그러면 죽음에 이르는 자신들의 발명품들을 해체하며 인류는 새 길을 선택할 수 있지. 하지만 과기 세상의 사람들 마음을 밝히기란 어려워

과기 세상의 기간에 사람은 더 이상 지혜로운 존재가 못 돼. 사람들의 지혜에 호소하면 안돼. 느낌, 느낌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신성한 프로그램의 본질을 알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을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해.

- 신성한 프로그램을 너는 정말 몰라?

- 다는 몰라, 그걸 안다는 것은 완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내 브라더의 프로그램이 다 이해가 되는 것과는 달리, 그 앎의 과정은 완결할 없는 거야. 완결 이것은 정지된 움직임

게다가 나는 완벽의 한계를 알지 못해. 예로 너의 맘모스를 봐.

- 다른 짐승들은?

- 다른 짐승들도 마찬가지지. 아나스또츠카 너도 알잖아. 모든 동물의 후손들은 자기 부모의 행동, 버릇을 본받아. 각각의 새로운 세대는 전 세대보다는 조금 더 완벽해지겠지. 사람의 일상의 일을 도와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는 모든 조물의 소명을 옳게 규명한다면, 그리고 각각의 다음 세대가 자기 주위의 동물 세계를 계속해서 더 완벽하게 한다면, 그것으로 사람의 생각은 더 큰 일을 하도록 한가로워 지겠지.

- 짐승이라면 아마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나는 꽃을 더 완벽하게 할 생각은 아예 없었어. 꽃은 아주 아주 완벽하거든

- 아나스또츠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어쨌든 너의 훌륭한 꽃도 조물주께서 자신의 딸한테 준, 딸이 더 지으라고 준 물감일 뿐이야.

- 왜 물감이야? 꽃은 살아있자나?

- 그래 맞아. 꽃은 살아있고 스스로 충분해. 그렇지만 동시에 그건 크고 아름다운 살아있는 그림의 작은 일부일 수도 있어.

너의 화단을 바라봐, 네가 사랑하는 꽃이 최고로 아름답지, 그런데 화단에 네가 그런 꽃을 둘이나 셋 더 심으면 화단의 모습은 바뀔 거야 이어서 이 꽃과는 모양이 다른, 하지만 아름다운 꽃을 심을 수도 있고, 그러면 화단의 모습은 또 바뀌겠지.

여러 다양한 꽃을 다양한 순서로 심어서 살이 있는 그림에 더 완벽을 가할 수도 있어

너의 화단을 바라봐, 네가 사랑하는 꽃이 최고로 아름답지. 그런데 화단에 네가 그런 꽃을 둘이나 셋 더 심으면, 화단의 모습은 바뀔 거야. 이어서 이 꽃과는 모양이 다른, 하지만 아름다운 꽃을 심을 수도 있고, 그러면 화단의 모습은 또 바뀌겠지.

여러 다양한 꽃을 다양한 순서로 심어서 살아 있는 그림에 더 완벽을 가할 수도 있어. 완벽의 한계는 없어. 그로 향한 움직임은 조물주의 프로그램에 합당한 거야.

- 사람이 지어진 이유는 주위의 모든 것을 더 아름답고 아름답게 하라는 거야? 조물주께서 사람한테 주신 세상을 더 완벽하게 만들라고? 그것이 사람의 주요 소명이야?

- 훌륭한 동화 같은 산 그림을 짓고, 동물 세계를 깨닫고 완벽을 가하고, 물론 이건 사람의 중요한 소명이야. 그렇지만 주된 소명은 내가 보기에 다른 데 있어.

- 어디에?

- 신성한 삼라만상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가 더 완벽하게 될 것이고, 그 현상에 한계는 보이지 않아. 그 앞에 위대한 가능성이 펼쳐질 거야.

- 그 사람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데? 사람을 가르치는 자가 누구도 없잖아.

- 아나스또츠카. 너는 아름다운 꽃을 지었어. 그 방법을 너는 너의 경험을 통해 이해했어. 다가오는 해에는 너의 지음을 더 낫게 하려고 노력하겠지. 이전의 경험과 느낌을 활용하며 너는 해낼 거야. 한 번 짓고 나니, 너는 경험, 지식, 느낌을 얻었고, 그것으로 너는 더 완벽한 것을 지을 수 있어. 그 의미는 결국, 너의 창작 활동 자체가 너를 가르친다는 뜻이야. 신성한 살아 있는 자연에서 행하는 지음은 짓는 자를 더 완벽하게 해. 끝도 없고 꼭대기도 없어, 그런 위대한 지음에는 끝이 없음이 있을 뿐이야.

- 나는 정말 그런 황홀한 세상에 살고 싶어. 모든 것이 한 없이 완벽해지고 짓는 자는 자기의 지음에 더 완벽을 가하고 지음이 자신을 지은 자를 더 완벽하게 하는 곳에서.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빠, 엄마, 오빠들 그리고 우드 할아버지와 우리의 온 가문이 살았으면 좋겠어.

아나스타는 미소를 지었어. 눈에서는 빛이 났지.

- 얼음 덩어리를 막아야 해.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떻게?

- 사람의 생각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야. 그 가능성에는 끝이 없어. 그걸 옳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해.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알 수 없어. 오직 사람만이 이 위대한 발견을 할 능력이 있어.

- 아마 내 생각은 아직도 작고 힘이 없나 봐

- 아나스타가 한숨을 쉬었어

- 얼음 덩어리가 멈추면 좋겠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매일 매일 점점 더 추워져. 그러니까 내 생각은 작아.

맘모스 단이 얼음 덩어리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단의 머리는 크니까 그 속의 생각도 크고 힘이 셀 수도 있어.

아나스타는 맘모스에게 뛰어가 자기를 향해 뻗은 맘모스의 긴 코를 손바닥으로 탁 치고 격정적으로 선언을 하였어.

- 단 너는 덩치가 아주 커 너의 머리도 크지 그러니까 그 속에는 큰 생각이 들어 있을 거야. 생각을 해 봐. , 얼음 덩어리를 멈춰봐. 너는 계속 듣기만 하는 구나 듣기만 해. . 목초지라도 갔다 오거라 네가 먹을 게 점점 더 줄어드는 구나

맘모스 단은 긴 코 끝으로 소녀의 빰을, 머리카락을 어루만졌어. 천천히 뒤로 돌아 멀어지기 시작했어. 새끼고양이란 별명의 고양이는 도움닫기를 하여 맘모스 다리에 뛰어 오른 다음 털을 잡고 기어올라 맘모스 등에 탔어.

- 아나스또츠카, 너는 이제 너의 친구들과 이곳을 떠나야 해.

밝은 머리 청년이 소녀에게 말했어.

- 저 산 너머에 이미 얼음이 있다. 그게 주 얼음 덩어리는 아니야.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계곡을 막아주는 산을 움직이고 너의 가문이 살던 동산과 집들을 쓸어버릴 수가 있어. 그것 때문에 매일 온도가 내려가고 있어. 주요 얼음 덩어리가 이 얼음에 기댈 것이고 그러면 산이 점차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며칠 후면 그렇게 될 거야.

- 나는 이곳을 버리지 않아. 나는 그 얼음 덩어리를 봐야겠어. 그것이 왜 우리 지구로 움직이는지 알아야 겠어. 나는 얼음 덩어리를 멈추는 법을 생각해내야 해. 내일 아침 나는 산에 올라가 그걸 볼 거야.

- 좋은 결과가 있는 정확한 생각이 너와 함께 하길 바래. 아나스또츠카

아나스타와 작별 인사를 하며 밝은 머리 청년이 소녀에게 고개를 숙였어. 자기 브라더한테 이렇게 말했지

- 가자고 나의 브라더, 소녀의 시선에서 멀어지자고 저 아이를 방해하지 말고 생각을 다스리는 법을 저 아이가 깨달을 지도 모르지

- 가지고 가, 우리 중에서 네가 가장 방해가 돼, 개똥 철학만 신나게 늘어 놓았잖아.

- 잠깐, 잠깐만 기다려.

아나스타가 화들짝 놀랐어

- 너희들은 각자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얘기를 했어. 그렇다면 나한테도 프로그램이 있어야 해. 나는 그런데 그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프로그램이 내 안에는 없는 것일까?

- 소녀, 우리는 너의 시야에서 곧 사라질 거야. 너는 빨리 생각해. 늦장 부리지 말고, 네겐 시간이 거의 없어. 해가 두 번 뜨면 끝이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검은 머리가 말했어

두 청년은 그렇게 사라졌어.

 

아나스타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가문이 살았던 계곡의 시든 초원을 걸었어. 그리고 닥쳐온 절대 적막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였어

- 생각이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면, 그것, 가장 강하다는 것은 무엇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소녀는 생각했어

- 이 에너지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있다면, 내 안의 무엇이 그것보다 더 강할 수 있을까? 지혜로운 가문의 어른들께서 우리를 모아 놓고 모든 것을 가르쳤는데, 생각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씀들을 안 하셨을까? 어른들도 이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을까?

최고 강력한 에너지가 조정할 수 없는 상태에 있구나. 이쪽 저쪽으로 헤매고 있어. 그것이 내 안에 있다 해도, 결국 내 것이 아니야. 내가 도대체 조정할 방법이 없으니까. 누군가가 그것을 자기한테 유혹하여 그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그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니까, 나와 무슨 장난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나는 그에 대해 새까맣게 모르는데

아나스타는 생각의 힘에 대해 숙고하느라 해가 저무는지도 몰랐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 생각에 열심이었어.

아침 자자리에서 일어나니 여느 때와 달리 집 주변에 맘모스 단이 보이지 않았어. 아나스타가 기상하자마자 늘 단이 나타났건만, 지금은 단이 보이지 않았어. 아나스타가 시냇가 웅덩이에서 멱을 감고 나서도 단은 나타나지 않았지. 방목지 쪽을 보고 소리쳐 단을 불러보았어.

-! !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지난 밤 아나스타 곁에 새끼고양이도 없었어. 아침에도 나타나지 않았어.

가버린 거야. 아나스타는 이해했지. 맘모스한텐 식물성 음식이 많이 필요한데, 그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단은 떠난거야. 허무하게 굶어 죽지 않으려고 간 거야. 그와 함께 새끼 고양이도 간 것이고

-난 가지 않을 거야

아나스타는 생각했어. 작은 어깨에 식물의 섬유로 뜬 담요를 두르고, 단호하게 산을 향해 걸었어. 그 산 너머에는 얼음 덩어리가 세상을 덮쳤지. 좁은 길을 걸어 정상에 오르면서도 아나스타는 다시 온 힘을 모아 알아 내려 힘썼어. 가장 강력한 에너지인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 것? 생각이 얼음 덩어리를 멈추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산꼭대기에 올라, 찬바람에 숄로 몸을 감싸고 아나스타는 정상에 섰어. 매섭고 찬 기류가 아나스타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니 이마에 있는 별 모양의 점이 보였다 가렸다 했지. 소녀는 찬 기류를 몰랐어. 산의 저 편 아래에 이미 초록 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지. 이쪽에서 저쪽 지평선까지 저 멀리 시선이 허락하는 한 얼음 덩어리가 깔려 있었어.

얼음 덩어리들이 산으로 올라오고 있었어. 엄청난 크기였는데 이것은 주요 얼음 덩어리가 아니고 더 힘센 것에 의해 밀리는 초기의 얼음일 뿐이었지.

- 저런 엄청난 것들 앞에서 산은 견디지 못하겠어.

아나스타는 생각했어

- 산의 한 편은 이미 식어서 거기에는 식물이라곤 없어. 곧 나머지 한 편도 식겠지.

이렇게 말하자마자 증명이라도 하듯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아래로 미세한 얼음 부스러기들과 섞이며 물이 흘러 들었어. 그렇게 생긴 걸쭉한 탕을 따라 얼음 덩어리들이 산으로 더 다가오며 앞을 가로 막은 땅을 밀어 젖히고 쓰러진 나무들을 밀어 냈어.

아나스타는 최고로 높은 얼음 덩어리로 시선을 돌리곤 소스라치게 놀랐어. 이 엄청난 얼음 산에 머리를 버팅기고 맘모스 단이 거기에 서 있던 것이었지. 엄청난 얼음 덩이 옆에 선 맘모스는 이제 커 보이지 않았어.

그 순간 아나스타는 기억했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생각의 힘에 대해 자기가 얘기하는 걸 맘모스 단이 잘 듣고 있었지. 머리가 크니까 그 머리에 크고 강한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단한테 얘기했던 생각도 났어.

단은 모두를 자기 식으로 이해했던 것이지. 큰 생각이 든 큰 머리를 얼음덩이에 갖다 대면 얼음이 움직이는 걸 막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야.

아나스타는 자리를 박차고, 맘모스 단이 서 있는 곳, 산기슭을 향해 오솔길을 전속력으로 내리 뛰었어.

따가운 눈가루가 섞인 가혹한 바람이 소녀가 덮고 있는 숄을 벗겨버리려고 했지만, 소녀는 놓지 않았어. 앞에 있는 돌을 도보 뛰었는데 걸려 넘어져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어. 다시 일어서서 뛰기 시작했어.

단의 다리 옆에 당도해서 보니,,, 맘모스가 머리를 받친 곳이 작게 파였고, 얼음이 좀 녹아서 맘모스이 긴 코를 타고 실핏줄처럼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어.

맘모스는 추워서 떨고 있었어. 아래 쪽, 맘모스의 다리 곁에는 새끼고양이가 추워서 떨고 있는 게 보였어. 고양이도 단과 같이 얼음에 머리를 대고 움직이는 얼음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

- 에 헤 헤이

아나스타가 소리쳤어

- 에 헤 헤이!

그렇지만 맘모스도 고양이도 아나스타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어. 소녀는 추위에 떠는 새끼 고양이를 집어 들어서 가슴에 안았어. 고양이 몸을 비벼주었어. 고양이가 좀 추위를 풀자, 맘모스 단의 등에 기어 오르라고 했어. 새끼 고양이는 온 힘을 다했지만 떨어지고 말았어. 두 번 시도를 한 연후에야 등에 오를 수 있었어.

아나스타는 맘모스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바위에 올랐어. 그리고 속삭였지.

- ! 나의 듬직한 단 너는 아주 지혜롭고 충성스러워. 착해. 생각도 할 줄 알지. 꼭 옳은 건 아니지만, 좋아질 거야. 생각은 머리 속에만 있지 않아. 온 곳에 있어. , 너의 산의 저편으로 가야 해.

단은 꼼짝 않고 서 있었어. 다만, 가끔씩 경련이 그의 몸을 타고 흐를 뿐이었지. 아나스타는 다시 속삭였어.

- 나는 아나스타야! 너 내 말 듣지, ! 아나스타야. 나는 너를 두고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나를 돌아 봐, .

맘모스 단은 얼음 덩어리에서 천천히 머리를 떼서 소녀 쪽으로 돌았어. 맘모스 이마에 난 덥수룩한 털은 젖어 있었지. 힘겹게 눈꺼플을 들어서 소녀를 바라보았어. 이어서 어렵사리 긴 코를 들어서 코 끝으로 아나스타의 어깨에 살짝 갖다 댔지. 맘모스는 전신이 차가웠어. 긴 코도. 아나스타가 코를 두 손으로 비벼 주고 호 입김을 불어 주었어. 그것으로 엄청난 덩치의 맘모스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는 듯이. 어쨌든, 아나스타는 맘모스를 따뜻하게 해주었어. 따뜻한 입김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따뜻하고 중대한 것으로 데웠지. 그리고 맘모스는 아나스타의 말을 따랐어. 손을 잡고 가듯, 긴 코를 잡고 끄는 아나스타의 뒤를 따라 억지로 발을 옮겼어. 단을 그렇게 산의 꼭대기에 올랐어. 거기서 기진맥진한 소녀는 쓰러진 나무의 기둥에 앉아 아직은 초록빛을 간직한 비탈을 손으로 가리키며 맘모스한테 아래로 내려가라고 명령을 내렸어.

- , 아래로 내려가, . 초지로 내려가 좀 쉬어. 기운을 내. 저기 가면 아직은 먹을 게 있을거야.

그리고 단호히 말했어.

- 가 단. 아래로

맘모스는 순종하고 천천히 오솔길을 따라 아직은 푸른 계곡을 향해 내려갔어. 한 열 걸음 가더니 맘모스는 뒤로 돌아 아나스타를 보았어. 긴 코를 높이 치켜들고 호소하듯 나팔을 불었지. 아나스타가 계곡을 달리며 얼음 덩어리에 맞서 물러서지 말라고 자기의 고향한테 호소했던 것처럼. 적막을 가르며 아나스타가 “에 헤 헤이!” 소리를 지르던 때처럼.

아나스타가 다시 힘을 모아 “에 헤 헤이!” 소리를 외치며, 아래로 내려 가라고 손짓을 할 때까지 단은 나팔을 불었어. 자기 주인의 명령에 따르며 맘모스 단은 천천히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어. 주인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나스타는 바위에 올라 서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에 시선을 던졌어. 그리고 자그마한 소리로 말했지. 자신있게.

“ 나는 사람이야! 내 생각은 강해. 얼음 덩어리야. 너를 막아내도록 내 생각을 쓸 거야. 너는 멈췄다가 다시 기어 돌아가. 내 생각으로 내게 명령하는 거야.

아래 쪽에선 또 다시 깨지는 소리가 들렸어. 얼음이 조금이나마 산으로 더 다가왔어. 차가운 돌풍이 소녀의 가슴을 때려 넘어트리려고 했어.

- 돌아가, 명령이야. 얼음아. 돌아가라고!

다시 깨지는 소리, 다시 얼음 덩어리가 어린 소녀에게 다가왔어.

아나스타는 잠시 입을 다물고, 다가오는 얼음 덩어리를 바라보았어. 그러다 문득 미소를 지었어.

- 난 알아냈어. 얼음 덩어리. 너는 나의 생각을 먹고 사는구나. 알았다고 이제 너는 끝이야.

아나스타는 얼음 덩어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나무 기둥에 앉아 아직은 푸른 빛의 자기가 살던 골짜기를 바라보았어. 추위에 시드는 꽃이나 풀을 아나스타가 바라본 것은 아니었어. 대신, 초원이 왕성한 색으로 꽃을 피우고, 나무에는 눈처럼 하얀 장미 빛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고, 풀 숲에 선 벌레들이 딱딱 소리를 내고, 증조할아버지 우드가 골짜기로 다시 돌아오고, 그 뒤를 따라 가문도 귀환하고, 아나스타는 맨발로 풀밭을 뛰어 맞으러 나가는… 그런 장면을 아나스타는 상상한거야. 더 빨리, 더 빨리…

아나스타의 생각은 점점 더 빨라졌어. 결국 해냈어! 어느 한 순간 수십억의 풀잎을 다정히 쓰다듬었어. 게다가 각각의 것들을 뿌리에서 줄기까지 모두를 상상했어. 각각의 것에 햇빛을 보낼 수 있었어. 이슬로, 빗방울로 흠뻑 먹이고, 바람으로 쓰다듬을 수 있었어.

아나스타는 쓰러진 나무의 기둥 곁에 있는 바위에서 잠이 들었어. 소녀의 등에 찬 바람이 불었지만 잠이 들면서도 소녀의 생각은 점점 더 빨라졌어.

생각에서 나온 급한 번개가 공간에 있는 모든 것에 닿았어. 산 것 모두가 정신을 차렸지. 그리고 공간에 새것이 탄생했어. 아나스타의 고향 모두가 잠에서 캔 듯 소생했어. 조그마한 소녀 아나스타가 천 년의 잠에 들었어도 생각을 계속해서 작동했어.

아나스타의 생각-사람의 위대한 에너지는 골짜기 공중에 머무르며 풀이며, 벌레, 새끼고양이, 맘모스 단을 다정히 만져주었어.

얼음 덩이들이 부르르 떨며 깨지는 소리를 냈어. 하지만 일 밀리미터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어. 얼음은 녹았어. 얼음 녹은 물이 흘러 계곡을 굽이 치고 강으로 호수로 모였지.

우주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 사람의 생각을 견뎌내지 못하고 얼음은 녹아 버렸어.

얼음 녹은 물이 큰 강을 이루었고, 급류는 자기 가는 길목에 놓인 돌이며, 쓰러진 나무들을 집어 삼키고, 비옥한 토양이며 그 위에 사는 온갖 식물들, 산 것들을 몽땅 쓸어 버렸어. 그런데 사람들이 할 수 없이 버리고 간 고향 골짜기는 사나운 급류에 휩싸이지 않았어.

골짜기에 있는 나무들은 잎이 말라 떨어지고 새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 그렇지만 일부 식물들은 추운 이상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 남으려고 안간힘을 썼지. 과거 한 때 예뻤던 아나스타의 꽃 밭에도 소녀가 좋아하는 꽃이 아직 살아 있었어.

골짜기를 보호하는 것은 산맥이었고, 그 산맥의 한 봉우리에 소녀 아나스타가 수천 년의 잠에 든 것이었어.

산기슭에는 운동 선수 체형의 두 젊은이, 밝은 머리와 검은 머리가 서 있었어. 둘은 언제라도 굴러 떨어질 듯한 커다란 대리석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 바위 양쪽으로는 물방울이 새고 있었지.

강 건너 불 보듯 신이 나서 검은 머리 청년이 외쳤어.

- 이성을 잃고 있는 저 사람들 저래도 싸. 물이 앞으로 이틀 동안 바위 아래를 차츰차츰 깎아내면 바위는 무너져 내릴 것이고 죽음의 물길이 계곡으로 열릴 것이야. 엄청난 폭포가 되어 물이 쏟아져 산의 바위들도 같이 쓸려 내릴 것이고 결국에는 산이 모두 없어지겠지. 지금은 산의 오른 쪽으로 방향을 튼 물길은 이 엄청난 바위를 던져버리고는 새로 생긴 틈새로 흐르면, 틈은 점점 더 커지고 방향을 바꿀 꺼야

밝은 머리 청년이 말을 받아 이렇게 덧붙였지.

- 사람 몸의 형태를 취한 게 후회가 돼. 이 바위를 지지하고 있으려면 막강한 힘을 가진 짐승의 몸이 필요해.

- 하 하, 재는 힘센 짐승이 아니라서 후회가 된대요! 너는 물론 짐승의 모양을 취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러면 짐승이 되어야 할 걸? 사람처럼 말을 할 수도, 곧 바위가 급류에 휩싸일 것이라 머리가 돌지도 않을 거야. 네가 <고향 골짜기>, <아나스또츠카>니 그런 타령을 할 때냐? 아나스타한테는 다 아무 소용이 없었어. 그의 영혼은 한 없는 우주를 떠돌고 있어요.

- 떠돌지, 그래…

생각에 잠긴 듯 밝은 머리가 부드럽게 말했어.

- 생각이 소중히 그 소녀 안에 보존되었어. 꿈도, 하느님의 딸은 느낌으로 사람의 생각의 힘을 깨달았어. 하나님의 프로그램을 살짝 바꾸었어.

- 그래 맞아. 살짝! 애송이 감상에 빠져서는! 살짝일 뿐이라고. 살짝. 무슨 장황하게 <느낌으로 깨달았으니>, <하느님의 딸이니>

검은 머리가 비아냥거렸어. 신이 나서 계속 말을 이었어.

- 결국은 물살이 쿵쾅대며 골짜기로 흘러내리겠지. 정신이 나간 사람들 뒤를 덮칠 거야. 이 사람들은 의심조차 못해. 대재앙의 원인이 자기들 스스로에 있다는 것을. 자연을 버리고 인공에 취하는 자기들의 생각과 행위에 있다는 것을. 저들의 열의는 시작일 뿐이야. 그러한 열의가 저들 자신은 물론이고 지구에, 온 우주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우리는 알아. 저들이 고생하지 않고, 지구의 공간을 학대하지 못하게. 치명적인 열의의 초동 단계에 하느님의 프로그램에 의해 멸살되는 거야. 사나운 물살이 저들을 덮칠 거야. 물과 바위 쓰러진 나무의 기둥, 죽은 것들의 시체가 엄청난 사태를 이루어 쿵쾅대며 저들에게 다가가겠지.

등 뒤에서 들리는 천둥 소리를 듣고는 저들은 이동 속도를 더 가속하겠지. 천둥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저 멀리서 죽음을 몰고 다가오는 거대한 물결을 보겠지. 그건 전세계적인 홍수를 의미해. 사람들 모두를 공포에 질리게 할 거야. 저들의 맘모스-코끼리, 고양이, 어린애들 노인들 할 것 없이 모두를 그러면 저들의 영혼이 자기 안에 공포만을 보존한 채 우주로 날아 오를 거야.

검은 머리 청년은 열정적으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을 얼굴과 몸짓으로 비꼬기 시작했어. 가슴에 어린 아이를 품은 어머니,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로 뻗쳐 열렬히 용서를 비는 사람들, 사력을 다해 뛰는 사람들, 오열하는 사람들. 검은 머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울부짖으며 원을 그리고 뛰었어. 그러다 멈춰 서서, 떠나간 사람들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어.

- 창백한 얼굴을 한 나의 브라더, 너는 이제 알겠지. 이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자 그러니 산에서 잠든 소녀가 하느님의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바꾼 건 없어.

- 브라더, 네가 구상한 인류의 미래가 나는 싫어. 우주의 존재인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참여하지 않으면 안돼.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 네가 <좋아하거나> <말거나> 그건 미래와 아무 상관없어. 피할 수 없는 거잖아?

검은 머리가 크게 웃었어.

브라더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 그가 얼른 뒤돌아 보니 그의 밝은 머리 브라더가 화강암 바위 밑 쪽에 서서 어깨와 손으로 지탱하고 있었어. 바위 양 가로 흐르는 물길이 확 줄어들었어.

- 멍청해. 전혀 의미가 없어. 비이성적이야.

잠시 말을 못하고 있다가 검은 머리가 선언했어. 무슨 생각을 깊이 하는 듯 얼마간 더 잠잠하더니 다시 힘을 내어 브라더를 면박하기 시작했어.

그의 행동이 쓸데 없음을 증명하였어.

-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 미친 너의 행동을 비웃을 자는 없어. 큰 화강암 밑에 들어가 서기 전에 그 무게도 계산을 하지 못했어. 물은 여전히 스며 나와. 화강암을 받치고 있는 기반도 쓸려나가고 있어. 결국 점점 더 무거운 무게가 너를 짓누를 거야. 알아? 얼굴이 창백한 바보야?!

- 화강암의 밀도까지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단단해질 거야. 견뎌낼 거야. 딱 이틀만 견디면 돼. 견뎌낼 거야!

운동 선수 체구의 밝은 머리가 말했어

- 맙소사! <견뎌낸다고> <단단해진다고> … 그래 , 화강암의 밀도까지 단단해져봐. 네 밑의 기반은 어떤데? 기반의 면적이라야 네 두 발 바닥이 다야. 이튿날 정오쯤 되면 온 무게가 너한테 실릴 거야. 화강암 말뚝처럼 너는 땅 속으로 박히게 되겠지. 잔 돌들은 옆으로 밀려날 것이고. 네가 무릎까지 박히자 마자 물의 흐름이 화강암 바위를 밀어젖힐 거야.

- 내가 양 손을 펴면 반 나절을 더 견딜 수 있어.

- 물론. 견디겠지 반 나절은 아니야. 잘 해야 한 시간 더 버티겠지. 무뇌의 고집쟁이. 그 다음에 사태가 날 거야. 하느님의 프로그램은 창조의 순간부터 한 없이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오작동한 적이 없어. 나는 그 프로그램과 동의해. 인류가 현명치 못한 발전의 길을 택하는 순간. 그길 초엽에서 인류를 재우는 게 나야. 지구의 새 문명이 자기의 소명을 깨달을 지도 모르지. 그러면 우리도 알 수 있을 거야. 우주 삼라만상이 새 행위를 보게 되겠지. 지금의 거칠고 조악한 것들이 아닌, 사람이 쌓아 올린 쓰레기를 씻어내는 대재앙이 지구에 일어난 게 한 두 번이 아니야.

너는 누구를 구원하겠다는 거야? 앞으로 자기들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과 지구에 사는 모든 것들 에 지옥을 지을 인류를 구하겠다고? 과기의 길이 미래에 저들을 어디로 처박을지 상기시켜 줄까? 그래?! , 말이 없어? 아아. 좋아! 너 지금 단단해져서 돌이 되는 구나. 이제는 말도 하기 힘들지? 말하지 마. 훌륭해! 석상처럼 서서 봐. 네가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미래의 삶을 바라봐. 난 늘 그걸 보고 좋았지. 미래란 것은 칠흑 같은 어둠과 무지, 부산함뿐이야. 너는 그 미래를 저 그림을 보고 싶지 않겠지. 자 이젠 봐, 창백한 얼굴에 돌이 되어 꼼짝 못하는 나의 브라더. 보라고! 아니지, 우선은 네가 듣고 싶어하지 않은 것을 들어봐.

골짜기를 떠난 저들을 말살하지 않으면, 저들은 다시 과기의 길을 갈 거야. 저들은 번식을 하여 수가 늘어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지상의 위대한 조화를 깨고 부수고 바꾸려 들겠지. 그리고 짐승들을 죽일 거야. 저들을 돕도록 지어진 짐승들을. 살아 있는 완전한 재료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다양한 영혼 없는 기계 장치들을 세우겠지. 저들은 자신의 행위를 <산업화> <과학-기술 진보>니 하고 부르겠지. 그리고 이들 낱말에 이성적 발전이란 의미를 담으려고 할 거야. 아니, 어떤 발전이라고? 거기에 이성이란게 있어? 저들이 이성적으로 발전하고 있냐고? 저들은 마치 미치광이처럼 더 훌륭할 수 없는 조물들을 파괴하고 자신의 야만적 행위를 <진보>라고 부를 거야. 저들은 미쳤어! 저들의 이성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살아! 이 전염병이 온 인류에 옮을 거야. 이 바이러스는 지상의 만물이 멸절되는 것보다 더 무서워. 그것은 온 우주를 위협하고 있어. 그 이름하여… 내가 무슨 단어를 발성하려는지 너는 이미 알고 있지? 그 단어를 반복하지 말라고 너는 내게 애원하였지. 나로부터 등을 돌려 벗어나려고 애를 썼어. 지금은 등을 돌릴 수도 벗어날 수도 없어. 온 인류의 문명을 감염할 거야… 반이성.

반이성에 감염된 인류는 반이성의 차원으로 들어갈 것이고, 멍청함과 증오스러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행위들을 할 거야. 사람들은 서로 그 행위들을 <진보>, <완벽>이니, <도덕>이니, <아름다움>이니,< 현명함>이니, <영성>이니 하는 말로 옷을 입히려 들겠지. 정말 그래. 아니지 여기서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자 봐.

검은 머리의 청년이 공중에 손으로 사각을 그리자 바로 홀로그램이 나타났어.

건축 중에 있는 12층의 건물을 보여주고 있었어. 두 대의 기중기가 이미 지어진 층에 건자재를 들어 올리고 있었어. 뚫린 창틀 안쪽에서는 푸른색 작업복에 오렌지색 헬멧을 쓰고 실내 마감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어.

검은 머리 청년이 상황 설명을 하였지.

- 많은 칸이 있는 이 알 수 없는 것을 저들은 집이라 부를 거야. 반이성이 사람들을 반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우리 집”이라는 말의 개념과 뜻을 저들은 왜곡했어.

집이란, 사람의 생각으로 형성되며 그 사람의 사고 능력을 반영하는 것인데, 저들은 집을 인공의 돌 구멍으로 바꾸어 놓았어. 그리고 그것을 마치 이성을 조롱이라도 하듯 집이라고 불렀지. 저들의 제한된 생각은 우주에 필요치 않아. 그것은 반이성의 자양분이 되고, 반이성의 힘을 키우고 굳세게 하고 있어. 또한 이 자양분도 더욱더 확대되고 있어.

홀로그램은 이쪽에서 저쪽 지평선까지 한이 없었어. 돌 구멍에 뚫린 상자들이 대규모로 건설 중이었지. 그 중의 일부는 허물어졌지만, 그 자리에 오렌지 지 헬멧을 쓴 사람들은 구멍이 뚫린 더 높은 돌 건물을 새로 지어 올렸어.

검은 머리는 계속 말을 이었어.

- 이 돌 구멍에서 살 권리를 얻기 위해 저들은 지혜로운 존재인 인간이 하면 안되는 행위를 해야만 해! 하느님의 자식! 여신들임에도! 자 봐. 나의 창백한 얼굴 브라더, 저 행위들을 보라고.

검은 머리는 다시 손을 허공에 흔들었어. 그러자 다시 사각형의 홀로그램이 나타났어. 이번에는 거대한 식료품 상점을 보여 주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 금속제 바구니에 상품을 담아서 한 줄로 정렬된 계산대 중 하나로 다가가 상품 값을 지불하고 있었어.

- 저들은 돌 구멍에 사는 존재들이야. 저들은 매일 이성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행위를 하면서 그 행위를 이라고 불러. 저들은 일의 대가로 종이를 받는데, 그건 돈이라고 불러. 저들이 번 돈을 식료품과 교환하는 것을 지금 너는 보고 있어. 하느님이 애초부터 모든 것을 지어 놓기를, 이성의 인간은 그냥 손을 뻗어 마음에 드는 신성한 조물을 취하면 그만이야. 그걸 섭취하여 자기 안의 에너지를 세게 하고 육을 만족시키면 돼. 하지만 저 존재들은 삶의 양식을 바꾸어 놓아서 저들 곁에는 하느님의 음식이 없어. 저들이 종이를 주고 바꾸는 것들은 신성한 에너지를 담고 있지 않아. 저러한 삶의 양식을 지은 존재들은 이성적 존재라 불리 수가 없어. 저들의 삶의 양식은 반이성의 산물인 것이야.

사각 안의 영상이 교체되어, 지금은 여자 계산원이 확대되어 보였어. 사람들이 차례대로 그 여자의 계산대에 다가와 이런 저런 봉투, 상자, 깡통 그리고 병들을 탁자 위에 올려 좋았어. 여자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웃으며 말했어.

- 안녕하세요.

포장한 것들을 가져다가 무슨 유리 쪼가리 위에 대면 계산대 장치에 상품의 가격을 표시하는 숫자가 반짝였어. 여자 계산원은 사람한테서 돈을 받으면서 또 말했어.

- 구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그리고 다시 미소를 지었어.

그때 바로 확대된 화면으로 여자의 얼굴이 보여졌어. 줄에 선 사람들로부터 얼굴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집는 순간의 표정이었지, 자기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개를 돌린 것이 고작 몇 초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선 무슨 고통스러운 희망 없는 표정이 나타났어. 눈꺼풀이 감기고 견디기 힘든 피로가 밀려왔어. 여인은 한 손으로 봉투를 집어 들었고, 다른 손은 옆구리에 갖다 대고는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어. 이 모든 것은 잠시였어. 여인이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보였고, 여인은 다시 모두에게 말했어.

- 안녕하세요. 구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검은 머리 청년은 계속해서 설명을 붙였어.

- 나의 브라더. 보이지? 네가 여신이라 부르는 존재야. 여러 나사못과 전선으로 구성된 계산대 앞에 앉아 있어. 저 여자는 나사못들보다 더 나은 게 없어. 계산대에는 영혼이 없어. 이성도 없어.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할 뿐이야. 저 존재는 계산대 뒤에 하루 열두 시간을 앉아 자판을 누르며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그가 다가온 모두에게 뭐가 고맙다는 거야? 고마워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저 존재는 자동 기계일 뿐이야. 존재는 이성을 가져야 하지만, 앉아서 무슨 기계의 자판을 열두 시간씩 때릴 뿐이야. 반평생을 저러다가 결국엔 돌 구멍에 들어가겠지.

이성이라면 저러지 않았을 거야. 저러고 있으니 저 여자의 안에는 반이성이라는 바이러스가 작동하는 거야. 저 여인은 사람이 아니야. 반사람이지. 반이성의 차원에 존재하고 있어. 여인의 내부 장기는 감염되어 있어. 여인은 제대로 된 음식도 취하지 못하고 있어. 열두 시간씩 앉아 있다 보니 그의 핏줄에서는 피가 걸어지고 정체하고 있어. 여인은 제 나이보다 늙어보여. ! 사람이 되어 이성의 차원에 존재한다면 저 나이의 여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해. 똑 같은 이 시간에 자연의 차원에 있는 저 여인을 내가 보여주지. !

사각 안에서 새 홀로그램이 미끈한 몸매의 금빛 머리 미인을 보여주었어. 발가벗은 남자 아이. 자기 아들을 맞으러 시냇가를 달리고 있었지. 미인은 아들에게 뛰어가 얼싸 안고 빙빙 돌았어. 행복한 웃음이 넘쳐 흘렀어.

다른 차원에 사는 두 여인은 서로 닮은 구석이라곤 없었어.

- 이것은 상황의 작은 일부일 뿐이야. 온 인류를 절대 대표할 수는 없어! 너는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

검은 머리가 선언했어.

검은 머리가 양손을 펼치니 네모 안에 든 영상은 이쪽 저쪽 지평선까지 확대되고 그림이 나타났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을 맞추어 다양한 기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어. 사람들은 다양했어. 아주 어린 소녀에서 나이든 여인들, 남자들도 보였어. 공중에 다시 그림이 나타나고 수십만의 손들이 쉴 새 없이 기기들의 자판을 때리고 있었어. 한이 없는 화면의 한 구석에 태양이 나타나더니, 달이 자리를 바꾸고, 다시 태양이 나타났다가 반달이 태양을 교대했지. 낮과 밤에 나타나는 빛을 발하는 천체가 마치 시계처럼 날, , 해를 가늠하였어. 그렇지만 이쪽에서 저쪽 지평선까지 온 공간을 메운 사람들은 계속해서 기계의 자판을 치며 일이라는 것을 반복했어.

- 안녕하세요. 구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봐 나의 브라더. 보라고. 더 재미 있을 거야. 인류의 미래를 보라고.

손에는 칼을 들고 화로 인해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달리는 사람이 확대되어 보이는 그림이 공중에 나타났어. 그 그림에 이어 나타난 영상에는 흙 바닥에 엎으려 기관총을 난사하는 사람이 보였어, 이어서 대포를 쏘는 세 사람이 보였어. 그러더니 갑자기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온 공간을 수 많은 사람들이 메웠어.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사람들은 아주 작아 보였어. 칼로, 창으로, 낫으로, 기관총으로, 대포로 사람들은 서로를 베고 서로를 향해 총을 쐈어. 손으로 목을 조르고 발로 찼어. 땅에서는 엄청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공중에서 비행기들이 물체들을 투하하면, 그것들은 땅에 떨어져서 폭발하여 흙 덩이들과 사람 몸의 잔해들을 날렸지.

- 나의 브라더. 이 진창을 만든 게 이성이 있는 사람들일까? 그걸 또 합리화하기 때문에 저들은 반이성적이야. 저들은 이 진창을 전쟁이라 부를 거야. 전쟁에서 탁월한 자에게는 온갖 상을 줄 것이고. 상을 받은 사람들은 그것들을 뽐내며 가슴에 달고 다니겠지. 세월이 가도 멈추지 않는 이 살육을 정당화하는 법을 써낼 거야.

 검은 머리가 다시 손을 흔들고, 공중에는 수많은 네모로 나뉜 홀로그램이 펼쳐졌어. 각각의 네모는 다양한 강당의 실내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앉아 연단에선 발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검은 머리의 목소리가 설명을 덧붙였어.

- 저들은 여러 이름으로 불러. 의회니, 국회니, 두마니, 원이니 하며, 본질은 하나야.

나의 브라더 저기 앉은 사람들 보이지? 아직은 보일 거야. 그럼 봐. 네가 보는 앞에 앉은 사람들은 여러나라 사람들한테 줄, 온 인류를 위한 법을 쓰고 있어. 수천 년 법을 쓰고 있지만, 저들한테 완벽한 법은 없어. 있을 수도 없고, 나의 브라더, 너도 알지? 당연히 알겠지!

검은 머리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어. 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골짜기를 채우고, 산을 이루는 바위에 부딪혀 메아리로 울렸어. 웃음을 그치더니 영상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어. 그들이 마치 자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 무엇이 근본인지 모르기 때문에 당신들은 절대 완벽한 법을 써낼 수 없어. 개개인의 소명, 전 인류의 소명이 무엇인지 당신들은 알지 못해. 이 소명이란 것은 딱 세 낱말로 표현되어 있어. 우주의 소명이, 그것은 모든 법의 근간이야. 그것만이, 오직 그것만이 지상의 모든 법을 철심처럼 하나로 관통하거나 반영할 수가 있어. 당신들은 그걸 몰라. 당신들은 그걸 잊었어.

나의 브라더, 알지? 저들은 근본을 잊었어. 그래서 반이성의 차원에 존재해. 저들의 소명이 세 낱말에 들어 있다는 걸 저들은 잊었다고! 그게 어떤 낱말이지? 너는 발성하지만, 저들은 듣지 않아. 반이성의 차원에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해. 그런데 만일 내가 그것을 발음한다면, 만일 우리가 같이 그것을 발성한다면, 저들은 들을 거야. 행동을 개시하고 사람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발성하지 않을 거야!

전 세계적 대재앙이 다시 닥칠 때까지 회의나 하라고 해! 그 재앙은 전대미문의 강력한 것이겠지. 대재앙은 가차없이 다가올 것이고 저들의 법으로는 다가오는 재앙을 막을 수 없어. 저 존재들은 대재앙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어. 왜 재앙이 일어나는지도 알아. 그러고도 결코 자신들의 삶의 양식을 바꾸지 못해. 외모는 아직 사람을 닮았지만 겉모습일 뿐이야. 나의 브라더. 너 스스로 생각해봐. 저들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계장치를 오랜 세월 발명하고 있어. . 저들이 뭐가 되었는지.

공중에 다시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그 오른쪽 네모에는 균형 있는 몸매의 청년이 보였어. 벌거벗은 채 허리 아래만을 가리고 있었지. 왼쪽 네모에는 풀로 만든 짦은 치마를 입은 처녀가 보였어. 그 둘 사이에는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안에는 또 수많은 다양한 색채의 작은 동그라미들이 꽉 차있었어.

-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은 태초 능력들을 나는 동그라미에서 보여주는 거야. 사람들은 여러 능력이 있었어… 홀로그램에서는 낮이 밤으로 바뀌었어. 청년은 하늘을 쳐다보고 말했어.

- 오늘 밤 내 머리 위 하늘에는 구십억 여든 두 개의 별이 보여

- 사랑하는 내 사람. 지금 당신 머리 위 하늘에는 구십억 여든 세개의 별이 있어

처녀가 총각에게 화답하였지.

당신이 못 본 별 하나가 더 있어. 아주 희미한 별이야. 그 별에서 내가 당신을 기다릴게. 그 별에서 우리 사랑의 공간을 지어. 밝은 푸른 빛으로 환하게 빛날 거야. 우리 별은 지금은 잘 보이지도 않아.

- 그래 사람들은 여러 능력이 있었지.

검은 머리가 해설을 붙였어.

- 저들의 태초의 능력으로 상상하는 것 모두를 지을 수가 있었어. 상상에 조차 없던 것들도 지을 수 있었어. 하지만 저들이 기계적인 현명하지 않은 대체물을 발명하는 순간, 저들은 하느님이 선사하신 재능을 잃기 시작해

화면에서는 계산을 돕는 기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였고, 각각의 기기들이 나타날 때마다 여러 색깔의 동그라미들은 크기가 작아지고 일부의 것들은 완전히 검은 점으로 변해 버렸어.

- 저들은 일순간 하늘을 쳐다보고 모든 별의 숫자를 셀 수 있었어. 그렇지만 저들의 발명은 계속될 것이고, 2+2도 계산기에서 셈을 하게 될 거야.

저들은 전화를 발명할 것이고 그러면 멀리 떨어져서 소통하는 능력. 자기가 사랑하는 이의 소재를 상상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할 거야.

결국, 저들은 자신의 몸에 인조 기계장치를 심게 되겠지. 그러면서 스스로 점점 더 영혼이 없는 조악한 기계장치가 되고 말아. 저들을 사람이라 부를 수는 없을 거야. 저들의 이성은 어딘가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어. 반이성이 저들을 장악하고 있어. 반이성은 저들 주변에도 저들 안에도 있어. 동시에 자 봐. 나의 브라더, 이제 나의 마지막 그림을 보여줄게.

검은 머리가 손을 휘저었고, 공중에 걸린 화면에는 펼쳐진 지구의 모습이 나타났어. 도시에서 인구밀도가 높게 모여 사는 부분이 보였어. 각각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조밀한 사이 사이로 엄청나게 큰 괴물의 퉁퉁한 문어 발이 꿈틀거리며 길게 늘어져 있었어. 수도 없이 많았지. 그것들은 자기 몸으로 도시들을 휘감거나 도시 내부에도 존재했어. 각각의 문어발에 난 수 없는 구멍에서는 냄새가 고약한 시커먼 가스가 나왔지만, 사람들은 이 무서운 가스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들이 마셨어. 사람들은 문어발 가까이에 자기 집을 지었어. 가끔씩은 큰 하중 때문인지 악취를 풍기는 문어발의 이곳 저곳이 끊어졌고, 사람들은 서둘러서 끊긴 곳을 메우고 다녀서 괴물의 생명활동을 복구하였어.

- 나의 브라더, 문어발 괴물이 보이지? 촉수 발로 세상을 덮고 있는 저 괴물의 몸통을 보여줄까? 그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겠지?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말해주지. 죽음을 부르는 이 몸통이 어디에 있는지. 문어발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내가 말해줄게. 그건 바로 저 존재들의 에서 나오는 거야. 과거에는 이성의 사람이라고 여겨지던. 괴물의 몸통은 저들의 뇌에 있어. 거기서 모든 게 나오는 거야. 저들은 죽음을 초래하는 자기들의 아이를 뽐내고 귀여워해. 저들은 괴물의 문어발을 이라 자동차 도로라 불러.

검은 머리가 웃음을 터트렸어.

- 저것 봐, 저게 인류의 미래야! 너는 반이성 차원에 들어가는 사람을 구한다고, 그래서 저들에게 저런 운명을 지운다고!

검은 머리는 질문을 던지고 화강암 바위가 떨어지지 못하게 버티고 있는 브라더를 향해 돌아 섰어.

화강암 바위 주변에는 이미 물이 단순히 방울방울 스미는 게 아니었어. 가는 물줄기가 바위 옆으로 흘렀어. 바위를 버티고 있는 밝은 머리 청년의 몸은 점점 더 돌이 되었지. 심지어는 그의 얼굴 근육도 굳어져서 말을 하거나 눈을 깜박일 수도 없이 오직 그의 푸른 눈만이 아직은 살아서 인류의 미래 그림을 바라보았지.

검은 머리 청년은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손바닥을 받치고 독을 품은 말을 내뱉었어.

- 이제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어. 홍수가 지겠지. 한 다섯 마디 혹은 네 마디 정도 네게 말할 시간이 아마 있겠지. 나의 브라더, 하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이미 내 말을 네가 듣지 못할 테니까.

검은 머리 청년은 양손을 펼쳐 발꿈치를 구부리고 튼튼한 근육으로 장난을 놀았어. 머리를 흔들어 검은 머리카락 타래를 뒤로 넘겼지. 그리고 얼마간 잠자코 바라만 보았어. 밝은 머리 브라더가 지탱하고 있는 화강암 바위 주변의 물줄기는 더욱 세차졌어. 얼마 후 이렇게 말했어.

- 때는 떠날 때인데, 때야. 일어날 일이 이제 일어나겠지. 아니, 일어나지 않아.

체격 좋은 검은 머리는 화강암 바위에 다가와서 자기의 밝은 머리 브라더와 함께 서서, 자신의 어깨와 손으로 바위를 받쳤어.

운동선수 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현관이 부풀어 올랐어. 건장한 검은 머리 청년은 약간 굽은 무릎을 펴고 바위를 조금 들어올였어. 바위 양 가에서 새나오던 물은 멈추었고 몇 방울만 굴러 내릴 뿐이었어.

우주의 상극이 잠시나마 하나로 합쳐지고 하느님의 프로그램을 바꾸었어. 하느님의 프로그램을… 둘이 합쳐짐으로써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일까?

무엇이든 집어삼킬 듯 쏟아지던 물이 얼마 후 저지대에 도달하였고, 아나스타가 살던 고향의 골짜기에 홍수의 위험은 지나갔어. 동시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죽을 위험도 없어졌지.

밝은 머리 청년이 돌처럼 굳어지는 현상도 멎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나타났어. 말을 할 수도 있게 되었어.

- 고마워, 브라더.

어렵사리 밝은 머리가 말을 할 수 있었어.

- 너의 <고마워>는 필요 없어. 사람들이 맞아야 할 대재앙은 사라졌어. 이제 저들은 어리석은 세계관을 더 밀고 가겠지. 더 고집스레 반세계를 지을 것이고. 저들의 수는 더 많아 질 것이고 새로 닥칠 대재앙은 더 규모가 클 거야.

- 대재앙은 없을 거야. 브라더. 일순일지라도. 재앙이 오기 전에 창공에 녹은 아나스타의 영혼의 편린들, 감정, 지식이 사람들의 가슴에서 깨어날 거야. 수많은 여성, 남자들이 생각으로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막을거야. 반이성의 차원에 사는 사람들도 문득 눈을 뜰 거야. 지구에 새 세상을 짓기 시작할 거야.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반이성과 이성의 경험을 동시에 갖춘 저들은 상극을 자기 안에 조화롭게 합할 거야. 그러면 신성한 열의의 꿈을 물과 영에서 실현하겠지. 단순 실현이 아니라, 완벽한 자신의 꿈을 더할 거야.

 

 

아나스타 중(아나스타시아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