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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생각

온실 학교?

by 열린공간 2018. 8. 16.

중앙로키산맥다년생작물학교 CRMPI
Central rocky mountain permaculture institue

교장선생님: 제롬 오센토프스키

7000피트 높은 로키산맥에 소재한 온실과 과일나무 숲을 얼른 돌아보면 규모도 작고 온실도 허름하여 이거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스며든다.

하루 먼저 도착한 내게 제롬 선생은 도움을 청하는데, 건축현장에 가서 시멘트를 좀 비빌 수 없겠냐 했다.

교육동기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온실 내 데워진 공기를 바닥에 구들골처럼 묻어 놓은 파이프로 불어넣는 게 이곳에서 지칭하는 날씨축열기의 골자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야간 온실 안 기온을 영상 5도 선에서 유지할 수 있단다. 아주 추운 날에는 보조난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추, 딸기, 시금치 등의 저온성 작물은 한겨울에도 기를 수 있고 오렌지, 귤, 레몬 등 작물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이 먼 곳까지 왔다.

수업은 설명에 실습이 더해져 실감을 더했다. 지렁이 분변토를 만들고 낙엽 멀칭을 하느라 먼지가 날려도, 지푸라기에서 토끼 똥 냄새가 코를 찔러도 얼굴이 찧그러지는 학생은 없다. 다들 열심이다.

제롬 교장 선생은 담백 솔직하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그의 화법에 여러 번 폭소할 수 밖에 없다. 세살 모자라는 여든의 나이에도 그는 믿기 어려을 정도로 몸이 가볍고 유쾌하다. 경사가 심한 산을 등산해도 숨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의 사십 년 넘는 농사, 숲가꾸는 이력에 처음의 실망감은 만족스런 미소로 어느 새 바뀌었다.

그외에도 네 명의 강사가 더 있었는데, 식물성 비료 차를 시연한 아가씨, 온실의 설계와 운용에 해박한 설계가, 약용식물과 과실나무 접붙이는 방법 등 을 가르친 여선생, 그리고 온실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시설, 기술을 설명한 강사가 있었다. 자기 분야에 다 자신만만했다.

동기생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자기 먹을 농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구온난화 연구를 위해 남극에 살면서 연구하고 결과를 책으로 발간한 마이클, 앞으로 삼 년 안에 엄청난 화산 폭발로 지구 대재앙은 반드시 일어날 거라 확신하는 그래서 대비해야 한다는 호주사람, 만화영화 제작하다 허무함을 느껴 귀촌한 부르스, 양봉을 한다는 존, 80에이커 황량한 땅을 샀다는 서른 넷의 스콧트 등등.

이곳 온실, 과실 숲 학교는 인턴과 자원봉사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인턴은 한 달 정도 오래 머물며 숙식을 제공받고 일하며 실습교육 기회도 갖는다. 보수는 없다. 자원봉사자들은 단기간 머물다 간다.

일과를 마치고 담소를 하던 중, 지구온난화를 연구한 마이클이 짧은 강의를 했다.남극, 아이슬란드에서 얼음에 구멍을 뚫고 샘플을 채취하고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 지구온난화는 벌써 오래 전부터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 한다. 이미 막을 방도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인데 대기로 일단 방출된 가스를 모아 담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것. 결국,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우지 말아야 한단다. 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땅 속에 묻어야 한단다. 숲을 가꾸어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줄여야 한단다. 낭떠러지에 직면한, 아니, 이미 떨어지고 있는 지구문명이 살 길은 이게 유일한 출구라고 한다.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제트기류의 출렁임이 더 커지고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질 것이라 한다. 그래서 지난 겨울 플로리다가 처음으로 얼고 추웠다고. 우리도 제주도 월동무가 얼어서 무 값이 올랐었다.

앞으로 한반도 남쪽은 여름엔 아열대 기후를 보이겠지만 겨울은 더 혹독할 것이다.

지구문명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겨울온실 농사와 과실 숲 농사교육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과 우리의 삶의 양식에 대한 걱정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 한병석님 페북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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