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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생각

왕필의 공자와 노자에 대한 평가

by 열린공간 2016. 3. 2.

배휘가 물었다.


“대저 ‘없음’이라는 것은 진실로 온갖 것이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성인(공자)은 이에 대해서는 잘 말하려 하지 않았는데,

노자는 끊임없이 ‘없음’에 대해 말했으니, 어째서 그런가?”


왕필은 이렇게 대답했다.


“성인(공자)은 ‘없음’을 몸으로 깨쳤습니다(體無).

또 ‘없음’이란, 말로 풀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있음’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자와 장자는 ‘있음’의 세계를 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이 모자란 것(없음)에 대해 토를 달았던 겁니다.”(<文學>)


공자는 없음을 몸으로 깨친 사람이기 때문에 없음에 대해 특별히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에게 없음의 사유를 전해주기 위한 방편으로 있음의 세계에 대해 말했다는 얘기다.

반면에 노자와 장자는 있음의 세계를 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입만 열면 자신에게 모자란 없음의 세계에 대해 논했다는 얘기다.


왕필이 정말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유가와 도가사상을 일치시키려 한 철학자라는 점에서 있을 법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공자를 높이고 노자와 장자를 낮추는 듯하다.

그러나 예민한 유학자라면 이 이야기에 반감을 느낄 것이다.


공자를 높이고는 있지만,

그가 말하는 공자는 이미 ‘도가적’으로 해석된, ‘없음을 체득한 성인’으로서의 공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자를 노장사상의 흐름에 편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 또한 사실은 유가와 도가의 구분이라는 후대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공자와 노자는 모두 ‘없음’을 사유의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위의 일화는 매우 적절하게 공자와 노자의 중요한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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